2017년 3월 29일 수요일

"Genius is eternal patience"


최근 The Men Who Built America 라는 히스토리채널 다큐를 재밌게 봤는데, 극중 토마스 에디슨이 자신을 찾아온 J.P. Morgan에게 미켈란젤로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Genius is eternal patience."

천재는 끝없는 인내이다. 이 말은 내게 즉시 큰 위로가 됐다. 내가 어렸을 때 창의력은 과대평가되었다. TV에선 씽크빅 광고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자 마음은 앞서는데 이뤄낸 것이 없었다.

노래 가사, 멜로디, 앱, 게임, 시, 숱한 아이디어들이 메모장에 쌓여 갔지만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없었다. 분명히 조립할 블럭은 있는 것 같은데 완성되는 일이 없었다. 뭐가 부족한지 알아내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유튜브 강좌를 깨작대거나 책을 사놓고 보지 않거나 하는 일들이 가끔 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숱하게 많은 아이디어들이 반짝이고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본 많은 '발상' 들은 실현되지 못하거나 중도에 포기되었다. "내가 ~만 했어도 ~했을텐데" 라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들려왔다.


학교에서 시작한 게임 프로젝트를 졸업 후 일주일에 두 번, 세 시간씩 작업을 해온 지 10개월쯤 되었다. 처음 이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지는 2년이 넘었다. 더디지만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게임을 보면서 인내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기술의 발전 덕에 길찾기나 전문지식 검색 등 예전에는 몇 시간씩 걸렸을 수도 있는 일이 지금은 몇 초만에도 가능하지만, 자주 멈춰서서 전체를 봐야 하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덴 여전히 끝없는 인내, eternal patience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었다고 주장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의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끊은 별장에 머물러야 했다.


80년대 대학생들이 시를 썼다면 우리 밀레니얼들은 15초짜리 동영상을 찍어 올린다. 돈을 벌어 저축하는 대신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닌다. 둘 중 무엇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끈기와 인내가 앞으로는 더 희소성 있는 가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Capital Cities는 "Patience gets us nowhere fast (인내심으로는 어디에도 빨리 갈 수 없어)" 라고 노래했지만, 우리는 인내를 통해 빨리는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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