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Masters of Doom 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짬이 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Masters of Doom'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id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두 존의 이야기뿐 아니라 당시 컴퓨터 산업과 컴퓨터 게임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기록한 역사서 같다. 스티브 잡스의 Atari 입사와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만남, Apple II와 IBM PC, 리차드 개리엇의 울티마, 셰어웨어의 등장 등..

지금 읽고 있는 곳은 커맨더 킨의 탄생과 성공.  커맨더 킨은 당시 그래픽 처리속도가 느렸던 PC에서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스크롤링을 보여준 게임이라고 한다. 화면이 움직일 때 변화가 있는 배경만 다시 그리는 방법을 존 카멕이 생각해냈고, 이는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고. 추억돋아서 커맨더 킨의 영상을 찾아봤다. 1,2,3편이 90년도에 한꺼번에 발매되고 4,5,6편이 91년도에 발매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개발력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릴때 플레이했던 건 5편인듯.



우리나라에는 '둠: 컴퓨터 게임의 성공신화 존 카멕과 존 로메로' 라는 제목으로 변역이 되었다. 어릴 때 흔한 위인전 말고 이런 책을 읽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http://www.yes24.com/24/Goods/1941821?Acode=101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일렉트릭 기타의 사망


포브스: 일렉트릭 기타의 사망

전부터 생각하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기사가 나왔다. 주류 음악씬에서 일렉트릭 기타가 사라졌다는 이야기. 내 생각에는 신서사이징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신서사이저가 일렉기타의 장점을 많이 흡수한 것 같다. 물론 기타와 기타를 사용한 음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어느 새 메이저에서 밀려난 것은 사실.

나는 스크릴렉스와 그 이후 덥스텝(브로스텝)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메탈 씬에서는 젠트djent 라고 부르는 사운드(디스토션 걸린 기타의 5,6번 현을 팜뮤트한 채로 스타카토하는 사운드)야말로 일렉기타만의 고유 영역이었는데, 그 강렬하면서도 쫄깃한 느낌이 이제는 신서사이저로 구현이 된다. 속주는? 고음역의 칩튠chiptune이 그 영역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대중이 인공적으로 합성해 낸 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칩튠의 경우 게임보이와 다마고치, 피처폰으로 기억되는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정서와 맞물려 정겹게 들리는 면이 있다. 어쩌면 '전자음을 추억한다'는 역설적인 면 때문에 더 쿨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바이올린 같은 어쿠스틱 악기들은 대중들에게 오히려 더 멀고, 드디어 인공적인 소리를 추억하는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이것도 유행이고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가 대세가 될 수도 있겠지만(지금 한국의 '버스커 버스커' 처럼), 크게 보면 음악은 돌아오지 못할 큰 변화를 겪었다고 본다.


2013년 10월 9일 수요일

자신감과 여유와 창작 - SM엔터테인먼트와 데브캣


요즘 iTunes Radio 듣는 재미로 사는데, 내일 시험인 오토마타 공부를 하면서 iTunes Spin The Globe라는 라디오를 듣다가 한국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노래가 좋아서 무슨 곡인가 보니 f(x)의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 창의적이고, 세련되고, 도발적인 곡이었다. 세계의 인디 노래들을 틀어주는 Indie Radio에서 나왔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f(x) -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


근 5년간의 K-Pop은 많이 달라졌다. 과감하고 실험적이다. 그런 파격이 SM과 YG라는, 가장 선두에서 이루어진다. 생각해보면 과거엔 이렇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곡들이 가끔 나오긴 했지만 기존의 틀을 깨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추억의 S.E.S

이게 어쩌면 이제 SM이나 YG에게는 여유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90년대~2000년대 초에 다소 뻔하지만 대중적인 곡으로 돈을 왕창 벌어놓고, 이제 그 돈으로 살짝살짝 실험도 하고 파격도 해보다가 이게 잘 먹히니까 자신감이 붙는다. 계속 이것저것 과감하게 해 볼 수가 있다.

게임회사 다니는 한 학교 선배는 데브캣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임회사의 좋은 모델같다고 했다. 마비노기로 돈 많이 벌어 놓고, 그 돈으로 영웅전을 개발하면서 하고 싶었던 걸 죄 때려박는다. 새로운 실험도 실컷 하고 결과도 좋다.

로고부터가 자유로운 영혼이 보인다


어쩌면,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먼저 좀 덜 하고 싶은 걸 해야되는 지도 모르겠다 (엄청 운이 좋지 않다면). 그래도 하고 싶은 것과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진득하게 때를 기다리는 거다.